Philosophical 103

2023법학적성 언어이해 헤겔미학(예술론)

"정신철학"으로 일컬어지는 헤겔 철학에서 예술과 종교의 관계를 "낭만적인 예술"과 "기독교적인 종교"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는 지문이다. 헤겔 철학은 난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그 체계의 논리적 구조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세부 논의를 따라가기가 의외로 어렵지 않은 철학이라 여겨진다. [물론 헤겔 철학 전공자는 이 말을 비전공자의 황당무계한 헛소리쯤으로 치부할 수 있다!] 먼저 헤겔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철학 전공자에게도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 용어가 바로 "정신"(Geist)이라는 개념이다. "정신"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개념이 아마 "물질"일 것이다. 일상 언어에서 이 두 개념은 보통 서로 대립적인 의미의 켤레 개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상어 사용법의 한계를 ..

Philosophical 2022.08.17

에피쿠로스 철학을 반영한 노랫말 (P.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중에서)

의식의 깨어있음, 강인함, 심리적 긴장감을 요구하는 스토아 철학에서 철학의 본질이 영성 훈련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다. 그러나 보통 쾌락의 철학으로 여겨지는 에피쿠로스의 철학도 스토아 철학만큼이나 영성 훈련과 정확히 일치하는 실천활동에게 탁월한 지위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아마도 놀라게 될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에게서만큼이나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에게서도 철학은 치료학(therapeutics)이었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 자신의 삶을 치유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때 치유란, 누군가의 영혼을 삶의 걱정들에서 벗어나게 하여 존재함의 단순한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의 불행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비롯한다. 즉, 그들은 무섭지도 않은..

Philosophical 2022.04.01

칸트 “윤리학적 수양법”(die ethische Asketik)의 철학상담적 함의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의 고통이 가장 큰 것처럼 생각해서 “만일 내가 그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을 텐데’”라고 말하지만, 칸트는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고통이야말로 가장 마음으로 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가 염두에 둔 것은 “도덕적 사안”에 관한 고통이며, 이때 우리는 “자신이 행한 모든 위반 사안들을 마음에 간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사안에 대한 비판이 “나쁜 결과”와 무관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칸트는 도덕적인 문제와 결부되지 않은 종류의 고통을 마음에 끌어들여 “그것에 자신을 전적으로 내맡기는” 태도를 단순한 “행위의 결여”로 규정하고 강..

Philosophical 2021.12.27

2022 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칸트 지문

칸트철학 관련 지문은 수능은 물론이고 법학적성시험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헌데 칸트 사상의 기본 의도나 구조를 무시하는 문제를 출제해도 괜찮은 걸까? 지난번 LEET의 출제 지문(언어이해 홀수형 28-30번) 같은 경우는 이런 의문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지문에 따르면 칸트의 법규범은 "규정성", "외면성", "무조건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규정성은 법이 윤리규범과 공유하는 특징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지시해 주는 처방"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외면성은 사람들의 외적 행위가 법규범에 일치할 것만을 요구할 뿐 그 행위의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무조건성은 법규범이 "그 관할 아래 놓여 있는 모든 사람을 구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문에 의하면 이 셋 가..

Philosophical 2021.12.03

리오타르, 「숭고와 아방가르드」(2)

아마도 낭만주의와 “현대” 아방가르드 사이의 총체적 차이점은, “숭고함은 지금”[숭고함은 지금 눈앞의 이 결과물이다]이라는 표현을 “지금 숭고한 것은 이것이다”[지금 숭고한 것이 이 행위함 자체, 이 존재의 사건 자체로서 표현되고 있다]로 번역함으로써 드러날 것이다. 다른 곳, 저 위쪽 또는 저쪽 어디가 아니라, 이전에 또는 앞으로가 아니라, 옛날 어떤 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그것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이 이 그림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이곳에 이 그림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숭고함이다. 이 그림을 그리는 일이 필연적인 일이 아니고 거의 보여질 수도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포착하려는 모든 지성을 떠나보내고 무장 해제하는 것, “그것이 일어나고 ..

Philosophical 2020.12.15

리오타르, 「숭고와 아방가르드」(1)

1948년 12월 뉴먼(Barnett Baruch Newman)은“The Sublime is Now”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집필했다. 1950~51년에 걸쳐 그는 캔버스에 “Vir Heroicus Sublimus”(숭고한 영웅적 인간)라는 그림을 그렸다. 60년대 초•중반에는 “Here I (For Marcia)”, “Here II”, “Here III”라는 제목의 청동 조각품들을 주조했다. 1962년의 다른 그림에는 “Not There–Here”라는 이름을 붙었다. 1965년과 1967년의 다른 두 작품들은 각각 “Now I”과 “Now II”라는 제목을 얻었다. 1949년에는 “Be I”(1970년에 둘째 버전을 내놓았다)를 그렸고, 1961~64년에는 “Be II”를 그렸다. 숭고를 어떻게 이해해야 ..

Philosophical 2020.12.15

<제1부(Teil) 미적 판단력의 비판 / 제2편(Abschnitt) 미적 판단력의 분석 / 제2장(Buch) 숭고의 분석론>

§ 27 숭고의 판정에서 만족의 성질 1. 칸트는 숭고의 감정은 경외의 감정인데, 우리에 대해 법칙인 이념에 도달하는 데 우리의 능력이 부적합하다는 감정이라고 표현한다. 1.1 법칙(규칙)의 일반적 정의에 따르면, 그것은 ‘보편적인 조건에 대한 표상인데, 그 조건에 따라서 어떤 잡다한 것(Mannigfaltige)이 동일한 방식으로(auf einerlei Art) 정립될 수 있는(kann) 것이 규칙이고, 그 다양한 것이 그렇게 정립되어야만(muß) 할 때 법칙’이다.(KrV, A 113) 1.11 법칙은 크게 두 가지인데, 자연의 법칙과 자유의 법칙이 그것이다. 전자는 자연의 잡다한 현상이 실제로 그것에 따라 보편적이고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규칙이며, 후자는 우리의 의지가 그것에 따라서 보편적이고 필연적..

Philosophical 2020.12.10